상단여백
HOME 문화
자전거의 느림과 불편 나쁘지 않아

조경국의 모터사이클 일지 
⑥ 오토바이 여행의 매력은 몇 번째일까

 

성수동에 있는 서울숲게스트하우스에서 출발해 진주 초전동 집까지 자전거로 3박 4일동안 달렸다.

555킬로미터, 우연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스트라바(운동기록 어플)에 기록된 거리를 합산하니 그랬다. 성수동에 있는 서울숲게스트하우스에서 출발해 진주 초전동 집까지 자전거로 3박 4일동안 달린 거리였다. 아는 분께서 집에 몇 년 동안 타지 않고 보관해둔 자전거를 가져가라고 하신 것이 여행의 발단이었다. 이왕 자전거를 받는 거 서울서 진주까지 타고 쉬엄쉬엄 국토종주나 해볼까 생각했다. 선생님께서 주신 자전거는 로드사이클이었고 사실 지금까지 타 본 자전거 중 가장 성능이 뛰어났기 때문에 더욱 마음이 동할 수밖에 없었다. 풀카본 프레임에 시마노 105급 구동계를 장착한 캐논데일 로드 사이클이었다. 지금이야 풀카본 프레임 자전거가 많이 대중화되었지만 이 자전거가 나올 당시만 해도 웬만한 일제 125cc 스쿠터 값보다 더 비싼 자전거였다. 평소 타고 다니는 자전거는 싱글 기어다. 말 그대로 기어가 하나 밖에 없는 순수하게 힘을 전달해야만 나가는 자전거. 기계라면 기능인 단순하고 고장 없는 것이 최고라고 믿기 때문에 굳이 싱글기어 자전거를 샀고, 만족하며 타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진주는 거의 언덕길이 없는 곳이라 싱글기어만으로도 충분한 곳이다. 평소 오토바이도 타지만 자전거도 자주 타고 나가는 편이다. 자전거만의 편리함도 있거니와 땀을 흘리고 싶을 때도 있으니까.  Honda PCX도 BMW F650GS도 있는데 굳이 자전거까지 필요하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오토바이는 오토바이, 자전거는 자전거. 두 바퀴라면 어떤 것이든 매력이 있으니 외면할 수가 없다. 자전거와 오토바이의 차이는 단지 엔진이 있고 없음이다. 자전거로 달린다는 건 더 느리고 불편을 감수해야하지만 그 느림과 불편이 나쁘지 않다.

경북 문경 불정역에서 자전거를 잠시 세워두고 쉬었다.

2월 28일 이른 아침 서울 성수동에서 출발해 거의 매일 140킬로미터쯤 페달을 밟으며 집으로 가는 동안 언젠가 완전히 자유로운 몸(?)이 된다면 자전거 여행자가 되는 것도 좋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야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오토바이를 타고 목적지를 정해 움직이지만 나중에 나이가 들어 모든 일에서 은퇴를 하면 아주 가벼운 짐만 가지고 세계 여행을 떠나면 어떨까, 상상했다. 2013년 7개월 동안 배낭여행을 다니는 동안(중국 칭다오에서 싱가포르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 육로로 여행했었다.) 여러 유형의 여행자들 만났지만 가장 매력있는 여행자는 역시나 순수하게 자신의 힘으로만 이동하는 도보, 자전거 여행자들이었다. 내연기관과 겉멋에서 온전히 자유로운 여행자들이야말로 ‘진짜’라고 느꼈다. 그렇다면 오토바이 여행은… 도보, 자전거, 다음에 위치한달까. 하지만 굳이 여행자의 급수를 따지고 싶진 않다. 집을 떠나 길 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모두 자유로운 여행자니까.

이번 자전거 여행은 갑작스레 계획된 것이기도 하지만 5월에 떠날 유라시아 횡단 여행을 앞두고 체력이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유라시아 횡단을 다녀온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무엇보다 체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어디 유라시아 횡단 뿐이랴 건강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든 이루어낼 수가 없다. 담배를 완전히 끊은 지는 이미 3년이 넘었고, 술도 거의 끊다시피 했다. 오토바이를 타기 위해 자전거를 꾸준히 타기도 했다. 이번 자전거 여행을 앞두곤 일주일에 3일 이상, 하루 30킬로미터 이상 페달을 밟았다. 효과가 있었느냐고?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건 확실하다. 두 달 남짓 기간 동안 4킬로그램 넘게 감량했고, 허벅지도 튼튼해졌다. 자전거 여행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끝낼 수 있었다. 유라시아 횡단 여행을 떠나도 당장 체력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구나 나름 자신감이 생긴 것은 덤이다.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 동안 이제 봄이 가까웠다는 걸 확연히 알 수 있었다. 많은 라이더들이 엔진 소리를 들려주곤  페달을 밟고 있는 나를 앞질러 갔다. 그것만으로도 이제 시즌이 시작되었구나 느낄 수 있었다. 꾸역꾸역 페달을 밟고 있지만 오토바이 엔진고동과 머플러 소리가 들릴 때마다 고개가 돌아가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오토바이로 하루면 갈 길은 4일동안 달리며 더 세심하게 길 위의 것을 관찰할 수 있었고, 내 몸이 살아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혹시 오토바이에 밀려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자전거가 있다면 봄이 왔으니 체인에 기름칠하고 한번 페달을 밟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조경국  .

<저작권자 © 이륜차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경국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