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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륜차가 위험하다는 것은 선입견이다

속도로 통행금지 옳다면 일반도로 더 안전해야 해
일반도로 수많은 위험요소 있어 오히려 이륜차에 치명적
이륜차 위험하니 더 위험한 길로 가라는 황당한 헌재

 

이진수(발행인)

OECD 35개국 중 유일무이하게 우리나라만이 이륜차가 자동차전용도로와 고속도로를 진입하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상태에서 자동차를 이용하여 서울에서 부산까지 운행하는 경우 교통사고를 당할 확률은 몇만 분의 일에 지나지 않습니다. 막연한 교통사고 위험을 근거로 경찰이 자동차 통행을 전면 금지한다면 운전자들의 거센 항의에 직면할 것입니다. 그러나 태풍이나 폭우로 도로가 유실되었다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그대로 통행할 경우 사고를 당할 위험이 명백하면, 경찰은 도로를 통제하고, 운전자들은 경찰의 지시에 따라서 우회로를 이용합니다. 

우리는 흔히 이륜차를 위험한 교통수단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이 세상에 안전한 교통수단이 존재하지 않으니 맞는 말이지만 단순히 위험하다는 이유가 통행금지의 정당성까지 부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륜자동차를 규정대로 정비하고 안전수칙을 지키면서 운행한다면, 이륜자동차의 위험은 통제 가능한 위험에 속하게 됩니다. 사륜차든 이륜차든 아무리 정비를 잘하고 법규를 준수해도 고속도로를 운행하다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경우는 몇만 대 중에서 한 대가 당할 수 있는 정도의 막연한 위험에 속합니다. 막연한 위험을 근거로 권리를 박탈하는 것을 우리는 인권침해라고 말합니다.

과거 독일의 나치 정권은 유대인들이 독일 사회를 위험하게 만든다는 막연한 이유로 게토에 격리하거나 강제수용하고 학살했습니다. 유대인이 독일 사회에 명백히 해가 된다는 증거가 없었지만, 다수 독일인의 마음속에 존재하던 유대인 혐오증을 나치가 이용한 것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륜자동차의 고속도로 통행규제라는 차별을 정당하다고 말하면서 그 이유로 막연한 위험을 내세웠습니다. 그 막연한 위험이란 것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이륜차 혐오증을 대변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막연한 이륜차 혐오증은 대한민국 국민이 차별받아서는 아니 된다는 헌법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헌법재판소가 이륜자동차의 고속도로 통행금지에 대한 헌법소원을 기각한 것을 두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올바른 결정이라고 두둔합니다. 

우리가 공사장이나 사업 현장에서 ‘안전제일’이라는 표어를 흔히 볼 수 있고, 대부분의 사람이 안전제일이라는 개념에 동의하고 있으니 언뜻 맞는 말 같습니다. 그런데 한번 뒤집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공사를 하지 않으면 공사장의 안전사고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니 정말 안전이 제일이라면 공사를 중단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하지만 안전이 제일이라고 말하는 사람 중에서도 공사를 중단해 안전을 확보하자는 주장은 하지 않습니다. 사실 인류 문명은 위험을 통제하고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을 뿐 그것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안전제일이란 인류문명의 유지를 전제한 이후에 다른 것보다 우선으로 고려하자는 구호일 뿐입니다. 화재사고를 막기 위해서 모든 불씨 사용을 중단한다면 화마로부터의 안전은 지켜지겠지만 의식주를 비롯한 문명의 기반은 붕괴할 것입니다. 교통사고로부터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 모든 도로를 걷어 내고 자동차의 통행을 금지한다면, 교통사고를 원천적으로 방지하고 안전을 확보할 수 있지만 문명을 지탱하는 수송기능이 붕괴할 것입니다.

고속도로에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통행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황당한 발상이 관료주의에 찌든 행정직 공무원한테서 나온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이런 단세포적 발상으로부터 출발한 정책을 지지하고 나선 것을 이륜자동차 사용자들은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위험이란 어느 도로에서든지 있지만 고속도로보다 일반도로가 더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위험하므로 이륜차의 고속도로 통행을 금지하는 것이 옳다면, 그것에 대응하는 일반도로는 이륜차를 운행하면서 고속도로보다 안전하다는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일반도로가 고속도로보다 더 위험하다면 헌법재판소에서는 위험하다는 논리를 내세워 이륜자동차를 더욱 위험한 장소로 몰아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자동차를 운전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고속도로를 주행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경부고속도로 입구에 진입한 자동차는 출구로 빠져나갈 때까지 같은 방향으로 주행하는 자동차들만 만나게 됩니다. 앞서가는 차와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제한속도를 지켜서 운행한다면 별다른 위험요소 없이 부산까지 갈 수 있습니다. 

반면에 국도로 부산까지 간다면 수많은 위험요소를 극복해야 합니다. 곳곳에 있는 횡단보도, 교차로, 길가에 주차된 차량, 무단 횡단하는 보행자, 급경사 구간이나 급회전 구간 중앙분리대가 없는 곳에서의 유턴 차량 등, 운전자가 회피해야 할 위험요소는 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앞에 열거한 일반도로의 위험요소가 이륜차에게 치명적이므로 선진국에서는 약간 우회하더라도 고속도로를 이용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 보면, 헌법재판관들이 일반 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면 이륜차에 대한 고속도로 통행금지가 정당하다고 한 것은 “위험하니까 더 위험한 길로 가라”라는 황당한 결정이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이진수 발행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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