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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를 타며 깨달음을 얻다

조경국의 모터사이클 일지 
④라이더가 되길 원하는 이에게 권하는 책

 

라이더가 되길 원하는 이에게 권하고픈 책이다. ‘죽지 않고 모터사이클 타는 법(사진 왼쪽)’, ‘취미 있는 인생’.

“오토바이가 차보다 위험하다는 것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지금은 제대로 된 답을 내기 힘든, 내더라도 의미가 없는 시대다. 말하자면 이미지에 빠져 있어도 살아갈 수 있다. 남자가 남자일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렇기 때문에야말로, 이런 세상이기 때문에야말로, 오히려 오토바이 정도는 반드시 있었으면 한다.”

아쿠타카와 상을 수상한 작가 마루야마 겐지의 ‘오토바이 예찬’이다. 이 글은 그의 산문집 <취미가 있는 인생>(바다출판사)에 나온다. ‘위험에서 거세된’ 요즘 젊은이들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며, “위험하다는 한마디로 젊은이들로부터 뭐든지 몰수하고, 그것을 대신할 만한 것을 하나도 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의 글을 보면 일본도 오토바이 타는 이들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듯하다.

세상 사람들은 오토바이로부터 폭주족을 연상하고, 오토바이를 타는 젊은 사람들은 불량하다 생각하기 일쑤다. 하지만 대부분 라이더는 성실하다. 폭주족은 탈 것을 좋아하는 모든 부류에 존재하고 오토바이보다 사륜을 험악하게 모는 이들이 오히려 더 위험하다. 결국 오토바이가 문제가 아니라 운전자, 라이더의 문제다. 사람들은 본질은 보지 않고 항상 생각하기 쉬운 쪽으로 사실을 왜곡할 때가 많다. 마루야마 겐지는 이 글에서 “어느 쪽(오토바이든 사륜이든)이든 폭주족을 단호히 부정한다”고 강조했다.

나 역시 그의 주장에 동의한다. 오토바이를 타는 것만으로도 다른 이의 손가락질을 받는 일은 참을 수 없다. 오토바이를 타면서 가장 큰 깨달음은 바로 “까불면 다친다”는 것이다. 라이더로서 나의 기본 자세일 뿐만 아니라 다른 이가 나에게 삶의 이정표 따위를 묻는다면 주저없이 이 깨달음을 말할 테다. (차보다) 위험한 오토바이를 타면서 천지 모르고 까부는 것은 철없는 짓이다. 오토바이를 타겠다는 젊은이를 만나면 이 말부터 먼저 꺼내겠지만 아쉽게도 주변에서 라이더가 되겠다는 젊은이를 그리 많이 보지 못했다. 오히려 부모님의 고민을 들어주는 쪽이 많았다. 대부분 “오토바이를 사겠다는데 말릴 수가 없다”거나 “아이가 몰래 오토바이를 탔다”는 경우다. 나의 조언은 거의 정해져 있다. 만약 자녀가 오토바이 타길 원한다면 무조건 반대하지말고 오토바이 제조사에서 진행하는 라이딩 스쿨에 등록하고 올바른 주행법과 기초를 배우도록 방법을 알려주는 게 가장 현명하다고. 그 이후에 면허를 취득하고 자신에게 적합한 오토바이를 구하는게 좋다고 이야기한다. 무조건 반대하면 오히려 오토바이를 타고 싶어하는 마음에 더 불을 지르는 격이다. 원래 사람이란 금지하는 것에 더 매력과 호기심을 느끼게 마련이다. 

얼마전 대구예술발전소에서 <취미가 있는 인생> 낭독 강연을 했었다. 강연을 들으러 왔던 학부모님도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올해 수능고사를 치는 아이가 오토바이를 사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걱정”이라고. 아주 심각한 얼굴로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사고’에 대한 불안감을 털어놓았다. 마루야마 겐지의 글을 읽고 그분들은 여지껏 가지고 있었던 오토바이에 대한 편견이 줄어들긴 했으나 자식에 대한 사랑에서 나오는 불안은 원초적인 것이라 막을 수 없노라고 했다.

나는 라이더가 되고 싶어하는 자녀를 둔 그 부모님에게 데이비드 L. 허프의 <죽지 않고 모터사이클 타는 법>(루비박스)를 추천했다. (<죽지 않고 모터사이클 타는 법>의 원제는 <Proficient Motorcycling>, 직역하면 ‘능숙하게 오토바이 주행하기’ 정도다. 국내판 제목이 아주 노골적이지만 마음에 든다.) 말로 반대해봐야 잔소리만 될 뿐이니 걱정과 바람을 담은 편지를 책에 넣어서 아이에게 건네면 부모님의 마음을 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철 없이 까부는 라이더가 되는 일을 사전에 막을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오토바이 살 돈까지 모아두었던 그 아이가 지금 라이더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어쨌거나 나는 그 아이는 라이더가 될 기본 자격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다시 마루야마 겐지의 글로 돌아간다. 나의 깨달음은 거칠었지만, 그의 깨달음은 훨씬 격이 높다. 어쨌거나 오토바이는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는 거의 ‘유일한 기계’다. 

“제대로 된 남자라면 제로에서, 몸 하나에서 출발해야 한다. 스무 살이 넘었으면 부모에게 무엇도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중에서도 오토바이는 자기 돈으로 손에 넣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오토바이는 자립과 독립의 정신을 상징하는 이동수단이기 때문이다. 기계와 하나가 되어 몸을 기울이지 않으면 커브를 돌 수 없는 점이 바로 그렇다. 그리고 사소한 실수가 전복으로 이어지는 위험한 점이, 몸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점이 삶이 삶을 단련시켜주는 것이다.”

조경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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