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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시, 갑자기 왜 이런 거야!”

조경국의 모터사이클 일지
①자가 정비의 재미와 희열

 

바이크마니아이자 동네 헌책방 지기인  조경국 씨가 이번호부터 본보에 '조경국의 모터사이클 일지'를 연재합니다. 조 씨는 '오토바이로, 일본 책방'의 작가로 이륜차와 관련된 다양한 서적을 집필한 작가이기도 합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편집자 주]

 

“로시, 갑자기 왜 이런 거야!”

로시는 BMW F650GS TWIN에 붙여준 이름이다. 돈키호테의 말라빠진 말 로시난테의 그 로시다.  2015년 일본 일주 여행 때도, 그 이후에도 별 문제없이 달려 주었지만 올해부터 조금씩 이상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2009년 생산돼 2010년 국내에 수입됐으니 올해로 10년차, 총 주행거리는 아직 4만 킬로미터를 넘지 않았지만 지난 몇 개월 사이 몇 번 엔진이 멈추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한번은 주행 중에 시동이 꺼지는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희한하게도 미캐닉에게 데려가면 그 증상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ECU(Electronic Control Unit)를 스캔해도 별 문제가 없었다. 외국 포럼에서 같은 증상을 겪는 라이더의 글이 있는지 검색했다. 검색어는 ‘F650GS TWIN’과 ‘엔진 실속’(stalling)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나와 거의 비슷한 문제를 해결한 라이더들이 있었다. 이 증상을 겪은 라이더들 대부분이 연료펌프를 교체해서 해결했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올렸다. 연료펌프 어셈블리를 통째로 교체하는 건 역시 비쌌다. 외국 라이더들은 문제가 있는 연료펌프만 어셈블리에서 분리해 바꾸는 방법을 추천했다. 결국 호환되는 연료펌프를 아마존(www.amzon.com)에서 주문하고(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제품으로 선택했다) 지하주차장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어셈블리를 분리하고 교체했다. 

지하주차장에서 연료 펌프 교체 작업 중

도쿄 츠타야 다이칸야마점에서 구입해온 헤인즈 매뉴얼(Haynes Service & Repair Manual)을 미리 참고했다. 헤인즈 매뉴얼은 사진으로 정비 방법을 쉽게 알려주는 책이다. 자신의 바이크를 아낀다면 구해둘만한 책이다. 거의 모든 바이크의 매뉴얼을 헤인즈는 펴내고 있다. 교보나 다른 대형 서점을 가보아도 바이크 관련 전문 서적은 찾기 어렵다. 몇 종의 잡지를 제외하면 바이크 관련 서적의 출판도 거의 손에 꼽을 정도다. 출판되는 책들도 국내 저자의 경우는 여행기가 대부분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담은 책은 거의가 번역서다. 자가 정비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헤인즈 매뉴얼이 번역돼 나오길 기대하는 건 아예 기대할 수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책을 번역해서 출판하는 일도 독자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번역서가 나와 적어도 출판사가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기본 5천 부 정도는 팔려야 한다. 사실 우리네 저변을 본다면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도쿄 츠타야 다이칸야마점에서 바이크 관련 서가에 서서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모든 문화의 기반은 책이다. 서점에 그 분야에 얼마나 많은 책이 꽂혀 있는지가 바로 그 분야의 깊이를 알아내는 척도다. 

BMW F650GS에서 분리한 연료펌프

필요한 공구를 챙기고, 매뉴얼대로 시트를 분리하고 몇 개의 호스와 전선을 분리하고 연료탱크 커버를 벗기고 연료펌프 어셈블리를 끄집어냈다. 조심스레 연료펌프를 교체했다. 조립의 분해의 역순, 빠진 볼트가 없는지 케이블 타이로 호스와 전선을 제대로 고정했는지 확인했다. 모든 조립을 끝내고 드디어 가슴 졸이는 순간, 시동 스위치를 눌렀다. 힘차게 시동이 걸렸다. RPM은 정상인지 엔진 소리는 정숙한지 확인하고 바닥에 오일이나 흘러내린 액체가 없는지 확인 후 시험주행을 했다. 연료펌프를 교체하고 난 이후 여러 번 주행했지만 예전의 문제가 다시 일어나진 않았다. 출력이 떨어지고 엔진이 정지했던 증상이 말끔히 사라졌다. 비용도 아끼고 문제도 해결했다. 지금까지 해왔던 셀프 정비 중 두번째로 어려운 작업이었다. 첫 번째는 계기판에 시계가 없는 구형 PCX에 시계를 장착하는 작업이었다. 전선을 벗기고 연결하는 작업은 항상 손끝이 떨린다. 어쨌거나 그때도 실패하지 않았다. 

로시와 PCX 모두 내게는 정들고 소중해서 가능하면 더는 고칠 수 없을 때까지 수리해가며 타는 것이 목표다. 아버지나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낡은 바이크를 잘 관리하고 고쳐 타는 라이더의 글과 사진을 보면 부럽다. 내가 사랑하는 바이크와 동무하며 함께 늙어가는 꿈이 현실 가능하려면 어느 수준까진 정비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단지 달리는 것만 바이크 생활의 모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바이크에 관련된 지식을 공부하고, 공구를 모으고, 기본적인 정비는 스스로 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는 것도 바이크를 타는 재미만큼이나 중요하다 생각한다. 로시의 연료펌프를 교체하며 더욱 확신을 갖게 됐다. 하지만 아무리 정비의 재미가 크다 해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 편이 더 나은 건 당연하다. 이제 아프지 말자, 로시!

조경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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