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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의 서자, 정부에 묻는다…’미스터 션샤인’처럼
  • 장한지 법률방송 취재기자
  • 승인 2018.10.1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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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법률방송 취재기자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대사에서 오토바이가 생각나니 뜬금없다. 커피와 화장이 익숙한 양반집 딸들과는 다르게 총과 의병활동이 더 익숙한 조선 최고의 명문가 딸 고애신. 그녀는 조선출생의 미 해병대 장교 유진 초이에게 사랑에 빠진다. 어느 날 유진 초이는 고애신에게 큰 마음 먹고 자신이 조선에서 노비 출신이었음을 밝힌다. 정적이 흐른다. 말을 이어가지 못하는 고애신. 양반이라는 굴레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일까. 유진 초이가 묻는다. “귀하가 구하려는 조선엔 누가 사는 거요. 백정은 살 수 있소? 노비는 살 수 있소?”

어린 시절부터 지금껏 의병으로 활동했으나, 고애신에게 백정과 노비 신분 계급은 조선의 범주 밖에 놓인 사람들이었다. 미국, 일본 등 해외 열강들의 힘겨루기 속에서 조선 땅을 지키고자 했지만, 그녀가 지키려는 곳에 노비는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고애신이 노비를 박해하거나 괴롭히는 인물은 아니다. 자신의 집에 사는 여종과 허물없이 지내며 여종의 어깨에 기대 잠들기도 한다. 고애신은 그렇게 태어났고, 그렇게 자랐기 때문에 노비의 노비다움을 당연하게 여겼다.

거리감이 상당할 수도 있지만 유진 초이와 고애신의 모습에서 오토바이와 우리 정부가 비춰진다. 정부는 2022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수 2천명대로 줄이기, 전 좌석 안전벨트 착용, 전 국민 속도 줄이기 등 각종 캠페인을 진행 하면서 도로안전 지키기에 열의를 다하고 있다. 하지만 ‘오토바이’에 대한 어떠한 언급이 없다. 오토바이는 통행은 물론 보험 등 곳곳에서 자유가 제한되는데 정부의 관심 밖이다. 고애신이 노비의 노비다움을 마땅하게 여겼듯, 정부는 오토바이에 대한 규제를 차별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일까.

사실 나도 그랬다. 지난해 추석을 한 달 앞둔 시점, 일본에 다녀오신 회사 대표님께서 일본 고속도로 위에서 오토바이가 달리는 장면을 보고 놀라 취재를 요청하셨다. 오토바이는 관심 밖이었으며 ‘위험하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난감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심지어 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울기까지 했다. 그러나 ‘도로 위의 서자’ 시리즈를 10회 연달아 보도하면서 내 인식은 180도 바뀌었다. 오토바이 규제는 ‘당연’한 게 아니라 ‘차별’이었다.

노비의 현실을 깨달은 고애신은 결국 유진 초이를 연인이자 동지로 받아들였다. 자기 자신도 모르고 있던 스스로의 한계를 깬 것. 오토바이가 바퀴 두 개라는 이유로 자유를 제한 당하고 있다는 현실, 모를 수 있다. 아직 이해 못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인식을 가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토바이에 대한 규제가 시대착오적일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부터 필요하다. 인식의 전환은 자기 자신도 모르는, 스스로의 한계를 깨는 과정이 될 것이다.

양반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던 고애신에게 유진 초이가 던졌던 질문처럼, 도로 위의 서자는 오토바이에 대한 아무런 인식조차 없는 정부에게 묻는다. “귀하가 지키려는 조국에 오토바이는 살 수 있소?”

장한지 법률방송 취재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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