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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교통과 고속도로

‘고속이라는 개념은 명칭에 따라 붙는 것인가’ 의문
현행 도로교통법도 고속에 대한 정의나 기준 없어
이륜차의 고속도로 통행금지는 불합리한 차별 낳아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일로 법 개정 꼭 이루어져야

 

이진수 발행인

우리는 고속도로를 자동차의 고속주행을 위한 도로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명절 연휴기간 중에 고속도로의 정체로 불편을 겪은 귀성객들이 “도로가 정체돼 저속으로 왔는데 왜 고속도로 요금을 내야 하느냐?”라는 불만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의 이러한 불평은 일반도로는 ‘저속용’ 도로 이고 고속도로는 ‘고속용’ 도로라는 관념에 기반하고 있는 듯합니다.

고속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은 1번 국도에서는 고속주행이 허락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십니까? 해답은 보행자나 차마(車馬),  자동차 등이 도로에서 통행하는 방법을 규정하고 있는 도로교통법에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제2조 제3호는 고속도로를 자동차의 고속 교통에만 사용하기 위해 지정된 도로라고 규정합니다. 그러므로 자동차로 분류되지 않은 차마(자전거, 우마차, 원동기장치자전거 등)는 고속도로를 다닐 수 없으며, 자동차라고 해도 지나치게 저속으로 운행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됩니다.

그런데 도로교통법은 자동차의 고속교통을 고속도로의 사용 목적으로 규정하지만, 고속에 대한 정의나 기준은 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여기서 ‘고속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은 어느 정도의 속도 이상이면 고속교통에 해당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일반교통(저속교통)의 개념을 이해하거나 그 기준을 알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고속 교통은 일반 교통의 상대적 개념으로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서양의 옷이 들어오기 전에 우리 조상들은 한복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냥 저고리나 두루마기 같이 옷의 종류를 지칭하는 용어만 있었을 뿐입니다.

서양문물이 전해지면서 양복이 들어오자 그것과 구별되는 한복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

마찬가지로 속도에 있어서도 애초부터 일반 교통이나 고속 교통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자동차가 일상생활 속에 나타나면서 사람들은 보행속도, 우마차의 속도, 그리고 제법 빠르다는 말의 속도보다 엄청나게 빠른 속력을 지속적으로 낼 수 있는 기계를 접하게 됐고, 비로소 일반교통과  고속 교통을 구분하게 된 것입니다.

말이 전력질주를 한다고 해도 시속 50km~65km 정도 입니다. 말이 전력질주를  할 경우 몇 분 못가서 지치기 때문에 말보다 월등히 빠른 속력을 몇 시간이고 지속할 수 있는 자동차는 그야말로 획기적인 운송수단이 됐습니다.

자동차의 등장으로 인류는 화물과 여객을  고속으로 이동시키는 세상에서 살게 된 것입니다. 간혹 외국의 오지를 여행하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지금도 양떼나 우마차가 도로를 점령해 자동차의 속도를 낼 수 없는 상황을 볼 수 있습니다. 양떼가 지나가거나 우마차를  추월할 수 있는 공간이 나타날 때까지 자동차는 천천히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과거에 우리에게도 있었습니다. 1961년에 개봉된 강대진 감독의 ‘마부’는 서울에서 4남매를 키우며 고달프게 살아가는 마부의 애환을 그려 베를린 영화제 특별은곰상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도시나 농촌을 막론하고 마차를 찾아볼 수 없지만 마부라는 영화가 제작될 때만 해도 서울에서 마차로 짐을 나르는 것이 일상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고속 교통과 고속도로는 시대가 낳은 상대적 개념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불합리한 차별을 낳는다는 것입니다.

OECD국가 중 유일하게 이륜차가 고속도로를 통행할 수 없는 한국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도로교통법에 정의된 고속 교통의 의미도 불분명한 개념을 내포하고 있기에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는 자동차의 개념에 이륜차를 포함하는 것이 마땅하다 할 것입니다.

이륜차가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는 ‘고속’의 교통수단인 것은 시대를 초월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상식이기 때문입니다.

이진수 발행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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