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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엄프는 정통 그 자체…존재감만으로도 매력”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총연출 양정웅 연출가

동양의 미를 세련된 움직임과 이미지로 녹여낸 감각적 미장센
영국 글로브극장 초청으로 선보인 ‘한여름밤의 꿈’ 국보감 찬사
“앞으로 준비하는 작품에 모터사이클 등장 신 넣을 것”

자다가도 모터사이클 꿈을 꾼다는 양정웅 연출가를 퇴계로 오토바이 거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취미가 일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피가 끓는 듯 어릴 적 꿈이었던 모터사이클이 생각났죠. 지금은 너무 사랑에 빠져서 자다가도 바이크 타는 꿈을 꿉니다. 너무 빠져들까 두려워 무의식중에 멀리한 것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은 한민족의 역사와 문화, 첨단 기술을 녹여낸 환상적인 공연으로 전 세계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개막식 총연출을 맡은 양정웅 연출가는 작품 속에 동양의 미를 세련된 움직임과 이미지로 녹여낸 감각적인 미장센으로 국내 연극계를 대표하는 연출가다. 이달 초 트라이엄프 본네빌 바버와 함께 퇴계로 오토바이 거리에 나타난 양정웅 연출가는 아이처럼 들뜬 모습이었다. 모터사이클은 그의 유전자 속에 숨겨진 또 다른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따로 시간 내서 모터사이클을 타는 것이 쉽지 않아 날씨가 좋은 날에는 가능하면 바이크를 타고 다닙니다. 대륙을 달리던 기마민족의 후예라서 그럴까요? 바이크를 타면 자유롭고 그냥 신나고 재미있습니다.”

양정웅 연출가가 최근 구입한 트라이엄프 본네빌 바버에 엔진가드를 장착하기 위해 퇴계로에 있는 모터뱅크를  방문했다.

모터사이클은 양정웅 연출가의 오랜 꿈이었다. 프라모델을 만들며 봤던 군용 사이드카는 소년 양정웅을 매혹시켰다. 그러나 극작가이자 연출가 그리고 배우의 길을 함께 걸었던 그는 오랫동안 모터사이클이라는 꿈과는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다.

청년시절 양정웅 연출가는 현대 무용의 거장 피나 바우쉬나. 프랑스 연극계의 거장 아리안느 무느쉬킨처럼 연극으로 세계를 자유롭게 누볐다. 스페인에 근거를 둔 다국적 극단 ‘라센칸’에 입단해 국제적인 감각을 익혔다. 그는 귀국 후 1997년 극단 ‘여행자’를 창설하고 셰익스피어를 한국적인 문법으로 재창조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열정적으로 예술의 혼을 태워왔다.

“그동안 일 때문에 바쁘게 살았습니다. 연출을 하고 극단을 이끌고 모두다 제 자신이지만 또 주변의 것을 많이 생각할 수밖에 없었죠. 사춘기처럼 양정욱 나는 누구인가? 다시 자아 찾기를 하려고 합니다. 모터사이클은 내재되었던 어릴 적 꿈을 되찾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하이델베르크 페스티벌 한국주간 행사에는 양정웅 연출가의 로미오와 줄리엣 등 8작 품이 초청됐다. 기자간담회 왼쪽에서 네번째 양정웅 연출가.

빠듯한 일정과 부족한 예산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모터사이클은 양정웅 연출가에게 큰 열정과 동력을 제공했다. 다른 사람들이 평창까지 차로 편하게 이동하고 안락한 숙소에서 쉴 때 그는 홀로 모터사이클을 타고 모토캠핑을 즐겼다. 몸은 피곤하고 갑작스런 비에 흠뻑 젖기도 했지만 어린 시절 좋아했던 율리시즈나 신드바드의 모험담 속에 있는 것처럼 유쾌했다.

“지난해 개막식 준비 때문에 무척 바빴지만 바이크를 타고 평창 갈 생각을 하면 늘 기대되고 즐거웠습니다. 한적한 국도를 달리던 첫 솔로 투어를 잊을 수 없어요. 자신이 영화 이지라이더의 한 장면이 된 느낌이었습니다. 우리 선조가 말 타고 만주벌판과 세계를 달렸던 것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지금 내기 모터사이클을 타듯 전생에는 대륙을 달리던 고조선, 고구려 사람이 아닐까라는 상상을 해보곤 합니다”

양정웅 연출가는 영국과 인연이 많다. 셰익스피어 스페셜리스트로 한국인 최초로 영국 글로브 극장의 초청을 받아 ‘한여름밤의 꿈’을 선보이며 국보감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가 최근에 푹 빠진 바이크도 영국제인 트라이엄프다. 공교롭게도 그가 좋아하는 20세기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배우 스티브 매퀸이 영화 대탈주에서 탔던 모터사이클도 트라이엄프다.

“뉴욕 길거리에 서 있는 트라이엄프의 자태를 보고 한 눈에 반했습니다. 클래식, 레트로 바이크를 좋아하는데 지금까지 탄 두카티가 경쾌하고 자유로운 매력이 있다면 트라이엄프는 정통 그 자체라고 할까요? 엔진의 형상과 모터사이클 그 자체가 주는 존재감만으로도 매력적입니다”
사실 이날 양정웅 연출가가 퇴계로 오토바이 거리를 찾은 것도 최근 구입한 트라이엄프 본네빌 바버에 엔진가드를 장착하기 위해서다.

모터사이클이라는 꿈을 되찾은 양정웅 연출가는 앞으로 준비하는 작품에도 바이크가 등장하는 신을 넣는다는 계획이다. 신체로 만드는 이미지와 의상, 음악, 무대미술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감각적인 미장센을 연출해온 양정웅 연출가가 작품에서 그려낼 모터사이클은 어떤 모습일까? 앞으로의 작품이 기다려진다.

서용덕 기자  ydseo8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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