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문화 책소개
“오랫동안 바이크와 함께 살아온 이들의 특별한 경험과 추억”바이크 인문학 책 <저공비행>

베테랑 라이더 10인 인터뷰가 주제…자유롭고 멋진 세계 알려
세계일주 여행자부터 전문 미캐닉, 오프로드 라이더 등 다양
오토바이 첫 경험부터 고속도로 진입 등 사회적 이슈도 다뤄
오해와 편견 바로잡고 바이크와 함께하는 삶의 풍요로움 전달
종이잡지만이 가능한 온도와 밀도의 차별화된 콘텐츠 돋보여

# 종이잡지만이 가능한 온도와 밀도의 콘텐츠

베테랑 라이더 10인과의 인터뷰를 담은 독립 모터사이클 잡지 ‘저공비행’이 지난 해 여름 출간됐다. 미국 드라마 ‘Sons of Anarchy’에서 Jax Teller가 마지막 라이딩하는 장면을 흑백 표지로 채택한 게 책으로 혼동할 만큼 이색적이다. 독립잡지라는 타이틀을 내건 만큼 사진과 광고 없이 종이잡지만이 가능한 온도와 밀도의 콘텐츠를 선보이겠다는 편집자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엮은이는 한국에서 바이크를 타는 이라면 흔히 듣게 되는 ‘그렇게 위험한 걸 왜 타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보다 속 깊은 답을 구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서양에서는 젊음과 자유의 상징으로 여러 영화에 등장하는 바이크지만 한국에서는 일탈과 반항, 위험의 이미지가 도드라져 주변으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잡지 출간의 배경이기도 하다. ‘저공비행’에는 십 수 년 이상 바이크를 타며 주행 마일리지를 쌓아온 10명의 전문 라이더가 등장한다.

#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개성파 10인의 시각 

마흔이 다 된 사춘기(?)에 처음 할리를 만나 로드킹과 다이나 에보를 탔고 더 먼 길을 달리고자 BMW R1200 GS에 오른 이성태 씨는 바이크의 조향 포지션이 새가 나는 위치와 닮았다며 인간의 날고 싶은 욕망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오토바이의 매력이라고 전했다.

이원규 씨는 오토바이 타는 시인이다. 탄광촌 꼬마시절 어머니를 돕기 위해 마대자루를 나르며 오토바이를 배웠다. 35년 동안 바이크를 타고 대한민국 산하를 100만 킬로미터 넘게 달렸다. 지금은 지리산에 살며 야생화와 별 사진을 찍고 있다. 그는 바이크가 기계덩어리지만 엔진이 세차게 돌면서 앞으로 나아갈 때 몸의 일부처럼 느껴진다며 자신의 정신이고 영혼이라고 말했다.

장재혁 씨는 고등학교 3학년 겨울 아르바이트한 돈을 모아 바이크를 구입했다. 이후 줄곧 오토바이를 타거나, 고치거나, 생각하며 지내왔다. 다양한 브랜드가 주는 매력을 느껴보고 싶어 SRAD, CBR1000RR, K1200R 등 쟁쟁한 라인업도 두루 거쳤다. 현재 두카티 코리아의 정비과장으로 구형 748을 애지중지하며 타고 있다. 그는 두카티 748에 대해 “빠르지도 않은데 다루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잘 눕지도 않는 바이크라서 길들여가며 타는 재미가 남다르다”고 소감을 전했다.

자동차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했고 지금은 바퀴달린 탈 것에 관한 글을 쓰고 있는 나윤석 씨는 하야부사와 투오노, 밀레, SMT 등 화끈하고 매니악한 머신들을 두루 거친 후 마지막 공랭엔진을 장착한 BMW R1200R을 타고 있다. 차세대 도심형 개인운송 수단으로서의 바이크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그는 차 사이에 바이크가 들어오면 간격을 넓혀 바이크 라이더의 안전한 주행을 돕는 독일의 사례를 들며 이륜차와 사륜차 운전자 사이의 갈등을 불편한 점으로 손꼽았다.

# 여행을 준비하고, 혼자 떠날 수 있는 것이 바이크의 매력

야구선수 출신인 하승하 씨는 만화 상남 2인조를 보고 오토바이를 익혔다고 한다. 하야부사를 타고 운문댐에서 무릎을 긁었고, 할리데이비슨으로 일본을 두 바퀴 투어하면서 마니아로 거듭났다. 요즘은 새로 산 소프테일 디럭스를 꾸미며 지내고 있다. 그가 오토바이를 통해 찾고자 하는 즐거움은 여행이다. 여행을 준비하는 것과 혼자 떠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이크가 그에게 주는 가장 큰 매력이었다.

사진을 전공한 이정규 씨는 중학 시절 친구와 낚시 가는 길에 처음 스쿠터를 탔다. 혼다 CB를 타며 클래식 바이크에 매료됐고, 잘 복원된 올드바이크에 올라 논두렁길을 무작정 달리곤 했다. 몇 년 전부터 클래식바이크를 타는 것뿐만 아니라 삶 자체도 클래식적인 요소로 가득찬 사람들과 ‘터널비전’이라는 오토바이클럽을 결성, 삼복더위와 엄동설한에도 함께 모여 즐겁게 달리고 있다.

박성현 씨는 경주에서 두 바퀴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다. 겨울이면 훌쩍 국경을 벗어나 세계 어딘가를 바이크로 여행한다. 유라시아와 인도, 동남아 곳곳에 바퀴자국을 새겼고 2016년에는 3개월 동안 라이더들의 로망인 남미투어를 완주했다. 아프리카를 달릴 그날을 기다리고 있는 그에게 바이크는 무엇이냐고 묻자 “자유로움, 그리고 내 여행의 동반자”라고 대답했다.

학창시절 혼다 몽키를 타고 도쿄타워 언덕길을 오른 이순수 씨는 국내 대표 이륜차전문지의 최장수 편집장으로 일하며 다양한 기종의 오토바이를 접하고 글도 많이 썼다. 그는 특화된 바이크보다는 다양한 활용성을 지닌 바이크를 선호한다고 했다. 예를 들면 예산(경제성)도 맞으면서 재미도 있고, AS도 원활하고 디자인도 예쁜 게 기준이다. 그는 바이크를 타고 있을 때 살아있음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어제와 같은 지점을 오늘 통과하고 있지만 문득 달라진 밤공기의 감촉과 온도, 습도 등으로 봄이 왔음을 느끼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 산속 오지에서 쉬며 아들과 함께 하는 모토캠핑

기계제조업에 종사하는 정이삭 씨는 오토바이를 주로 산에서 탄다. 넘어지고, 깨지고, 흙먼지를 뒤집어쓰길 즐긴다. 차로는 닿을 수 없는 산속 오지를 찾아가 혼자 조용히 쉰다. 아들과 함께 가는 모토캠핑을 가장 좋아한다. 그는 가볼만한 여행지로 2016년 다녀온 북인도를 추천했다. 정식명칭은 3천미터 고지의 레-라다크 일주인데 초현실적인 주변 산맥과 하늘, 자연을 마주하면서 자신이 대자연의 티끌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고 겸손해졌다고 덧붙였다.

‘저공비행’을 만들고 있는 정충익 씨는 자꾸 땅만 보고 걷는 게 싫어 오토바이를 탔다. 야마하 SR400을 타고 밤마다 북악산길을 달렸고 겨울이면 아소 밀크로드로 오토바이 여행을 간다. 지금은 사라진 ‘스쿠터 앤 스타일’이라는 잡지를 재밌게 읽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오토바이라는 테마로도 얼마든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며 ‘저공비행’을 만들고 있다. 그는 가끔 외국 커뮤니티에서 한국에서 고속도로 타다가 쫒겨났다는 말을 들으면 얼굴이 화끈거린다며 이륜차 고속도로 및 자동차전용도로 통행금지는 지극히 정당한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인사업자인 정세연 씨는 옛날 서울 목동 동네 논밭에서 동네 형이 물려준 대림 88로 오토바이를 시작했다. 그때 잘나가던 형들은 대림 VF125 드림을 쇼바 한참 올려 타고 다녔고 정씨는 배달용 오토바이 88을 타고 따라다녔다. 이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효성 엑시브 박스를 오픈한 그는 영화 ‘열화전차’에서 류덕화가 탔던 혼다 NSR을 거쳐 두카티 1098로 유명산 고갯길을 넘나들었다. 지금은 혼다 CB1100EX를 애용하고 있다. 사고와 안전에 대해서는 라이더 자신의 수준에 맞는 바이크를 선택해 위험하지 않게 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저공비행’은 세계일주 여행자부터 잡지사 편집장, 전문 미캐닉, 오프로드 라이더 등 오랫동안 바이크와 함께 살아온 이들의 특별한 경험과 추억을 담아내 읽는 재미를 더한다. 나아가 바이크가 위험하고 불안한 것만이 아닌, 자유가 깃든 멋진 신세계로 이끌어주는 아름다운 날개임을 화두로 함께 던지고 있다.

신명수 기자  msseen1103@naver.com

<저작권자 © 이륜차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명수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