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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 달라’는 말로 끝내 침묵한 그들

X-MAX300 시동불량에 수입사는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
생계형으로 이륜차 운행하는 퀵배달 사원들 특히 큰 피해

박동진 취재부장

이번 겨울은 유독 추웠다. 요 몇 년 사이 가장 추웠던 거 같다. 한파는 가뜩이나 어려운 이륜차(오토바이) 업계를 더 움츠려들게 만들었다. 가는 업체들마다 사장님들은 올해만큼 힘든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들의 얼굴에선 깊은 회한이 묻어났다. 퇴계로에서 홀로 대리점을 운영하는 A 사장님은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저도 왜 직원 여러 명 두고 하고 싶지 않겠어요. 근데 그랬다간 가게 문 닫게 될 수도 있어요. 특히 지금과 같은 겨울에는 이렇게 혼자 하지 않으면 도저히 운영을 해나갈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힘들어도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어요.”

규모가 좀 큰 업체들도 힘들긴 마찬가지. 경기도 일대에서 수입 이륜차를 취급하는 B 사장님도 “시간이 갈수록 이륜차 사업이 힘들어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는 “이륜차 업은 어쩌면 이미 사양 산업에 접어들었는지 모른다”면서 “언제까지 이 일을 하게 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추웠던 탓일까. 이번 겨울엔 유독 이륜차 시동불량으로 고생한 사용자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야마하의 X-MAX300은 그 정도가 유독 심했다. 4,000명 가까이 가입된 네이버 카페 ‘야마하 XMAX300 오너스 클럽’에는 X-MAX300의 시동불량을 호소하는 글들로 게시판이 도배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정도와 상황은 저마다 달랐지만 “영하로 떨어지면 시동이 안 걸린다”는 증상만큼은 모두 같았다. “이상한 제품 수입해놓고 이제 와서 나 몰라라 한다”는 원성들이 쏟아졌다. 고객들 중 일부는 야마하의 한국수입사로 달려가 항의도 하고 민원도 넣어봤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답변은 “기다려 달라”라는 말이 전부였다.  

취재 중 만났던 안타까운 사연이 기억난다. 그는 40대 초반의 퀵배달원으로 X-MAX300 시동 불량 때문에 며칠 째 일손을 놓고 있다고 했다(실제 이번 사태로 특히 퀵배달원 등 생계형 운전자들이 큰 피해를 봤다). 처자식까지 딸린 몸으로 이번 겨울을 어떻게 견딜지 막막하다는 말도 했다. 너무도 화가 나 본사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지만 그때마다 대답은 똑같았다고 한다. “기다려 달라….”

오래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봄이 왔다. 그 수입사는 어쩌면 봄을 기다렸는지 모른다. 이 겨울을 어떻게든 빨리 피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조금씩 논란이 사그라들길 기대했을지 모른다. 그들은 그렇게 침묵했고 어느새 봄이 왔다. 수입사의 이번 침묵에 많은 고객들이 실망하고 야마하에 등을 돌렸다. 침묵의 진짜 대가는 어쩌면 지금부터일지 모른다.

박동진 취재부장  nomva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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