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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를 향한 우리 안의 ‘인종차별주의’바이크 인문학 영화 <방가방가>

영화 <방가방가>는 코미디로 포장돼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코미디 영화가 아니다. 영화는 ‘외국인 노동자’라는 묵직한 주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주인공 방대식(김인권)은 극심한 취업난에 허덕이는 30대 중반의 청년이다. 그는 고향친구인 용철(김정태)과 함께 상경해 노래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등 힘겨운 서울생활을 이어간다. 여러 가지 안 좋은 조건들로 인해 연이어 취업에 낙방하던 대식은 어느 날 일용직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오해를 받아 하지도 않은 일당을 받게 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그는 부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방가’ 행세를 하기 시작하는데 가무잡잡한 피부 때문에 그의 정체를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급기야 그는 외국인 노동자가 주로 일하는 한 의자공장에 취업을 하게 된다. 그곳에는 이미 베트남, 방글라데시,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건너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었다.

방가가 들어간 공장에선 인종차별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한국인 사장은 틈만 나면 여성 외국인 노동자들을 성추행한다. 일하는 조건에서도 차별이 존재한다. 한국 노동자들은 가정이 있다는 이유로 야근은 모두 외국인 노동자들의 몫이다. 임금 역시 한국인 노동자들에 비해 적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국인 노동자들 임금의 64%를 받는다고 한다.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것이다.

물론 영화는 이 문제를 마냥 심각하게 다루지만은 않는다. 서두에서 밝힌 바와 같이 코미디라는 장르답게 영화는 보는 우리를 시종일관 웃게 만든다. 김인권과 김정태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거의 경지에 다다른 느낌이다. 노래방 사장으로 변신한 김정태의 ‘한국 트로트 강좌’는 특히 압권이다. <넘버3>에서의 송강호를 연상케 한다.

영화는 러브라인도 챙긴다. 방가는 공장에서 일하는 베트남 여성 장미(신현빈)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한다. 그런데 의도치 않은 여러 번의 실수를 통해 장미의 눈 밖에 나게 되는 방가. 그녀에게 바지를 선물로 주었는데 발로 걷어차이기까지 한다. 그렇게 영원히 평행선을 달릴 것 같던 둘의 사이는 어느 사건을 계기로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둘의 사이가 가까워졌다는 첫 번째 상징은 방가가 운전하는 오토바이 뒤에 장미가 탠덤으로 탄 것이다. 방가의 서투른 오토바이 운전에 장미는 슬며시 웃는다. 그렇게 조금씩 둘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른다.

하지만 곧 충격적인 반전이 이어진다. 알고 보니 장미는 아들이 있는 유부녀였던 것이다. 같은 베트남인 남편은 몇 년 전 한국인 사장과 싸우다 고국으로 추방당했다. 그날 밤 장미는 방가에게 이런 고백을 한다.

“방가, 나는 아들을 한국에서 키워야 해. 그러려면 한국인 남자와 결혼해야 하고. 방가 너도 한국인 여자와 결혼을 해.”

방가는 이제는 장미에게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고백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한국인인 자신을 장미가 선택할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망설여진 것도 사실이다.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나면 같이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배신감과 실망감을 안겨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한국에서 일하는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의 불안감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그들은 언제고 고국으로 쫓겨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하루하루를 떨면서 보낸다. 한국인들의 차별대우를 어쩔 수 없이 참고 견뎌내야 하는 이유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 안의 ‘인종차별주의’를 생각했다. 동남아인에 대한 차별적 시선들. 같은 외국인인 서양인에게는 외려 관대하면서 피부가 검고 우리보다 못 산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차별받는 동남아인들. 그들의 노동력을 싼 값에 착취하는 일부 악덕업자들. 동양인을 차별하는 백인들의 바로 그 우월적 시선으로 우리 역시 그들 동남아인들을 바라보고 있다. 인종차별주의는 그렇게 전염되고 있다. 코미디 영화 방가방가가 씁쓸한 뒷맛을 남긴 이유.  

박동진 기자  nomva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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