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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에 백두산 돌을 놓자 바람이 불었다바이크 인문학 책 <발칙한 여행자>

 러시아 마가단에서 시작 남북 종단한 9천 킬로미터의 여정
 용맹한 뉴질랜드인 듀오의 한반도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비무장지대 건너면서 손 흔들던 북한 병사 모습에 눈물”
 남북한 평화공존 위해 백두산과 한라산의 돌 한 쌍씩 선물
 분단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발칙한’ 화두

모터사이클을 타고 세계를 탐험한 뉴질랜드 부부가 북한에 불시착한다. 그들의 이름은 개러스 모건과 조앤 모건. 하지만 이들은 비자를 발급 받고 입국 허가를 받는 까다로운 과정을 겪는다.여행 시작부터 뒤틀린 이들은 오기가 발동해 모터사이클을 타고 세계 최초로 비무장지대(DMZ)를 건너려는 발칙한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그들의 눈에 비친 한반도는 생경했다.

이 책은 러시아 마가단에서 시작해 남북을 종단하는 9천여 킬로미터의 여정을 담고 있다. 모건 부부의 한국과의 인연은 부인인 조앤이 남한과 무역사업을 하며 시작됐다. 그녀는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남한을 자주 방문했다. 국립공원을 찾았고 한국어를 공부하며 한국음식에 빠졌다. 이들 부부가 마주한 한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며 민족 삼분의 일이 비무장지대 북쪽에 살고 있는 매우 특이한 상황에 처해 있는 나라였다. 그들이 북한을 직접 방문하고 싶다고 마음먹은 것은 2001년에 시작한 세계여행 ‘모터사이클로 세계를(World by Motorcycle)’이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란 그때 그들은 모험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맨 먼저 델리에서 카슈미르까지 가는 인도 히말리아의 오토바이 투어에 등록했다. 짜릿한 경험이었지만 만족할 수 없었다. 2005년에는 뮌헨을 출발해 오스트리아 알프스를 거쳐 베니스로 이어지는 실크로드 여행을 마쳤다. 14개국 1만 2천 마일을 달리는 실크로드 종주는 일생일대의 모험이었다.

이들은 이후 세계의 꽤 많은 곳을 바이크를 타고 여행했다. 2006년엔 북미와 대한민국 2,100마일을 거쳐 아프리카에 도전했다. 여행의 단조로움을 극복하면서도 분쟁지대를 피할 수 없어 언제든 새로운 위험과 마주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용맹한 듀오는 지구의 극과 극이 얼음으로 시작해 얼음으로 끝나는 것처럼 2008년을 얼음과 함께 보냈다. 지구상 가장 외진 곳에서 오토바이를 탈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 없다면 차라리 가지 않겠다고 생각한 이들은 혼다 Step-through 110S를 몰고 남극의 얼음판 위에 미끄러졌다. 2010년에는 광대한 브라질 땅을 아마존 강을 거쳐 기아나, 수리남으로 들어오면서 순식간에 끝냈다. 크리스마스의 짧은 휴식 후 2011년은 코스타리카를 시작으로 과테말라와 멕시코, 북미를 거쳐 로스앤젤레스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바이크로 여행한 영역에 1만 킬로미터가 추가됐지만 여전히 여백으로 남은 세계지도를 보며 새로운 의지를 불태웠다.

발칙한 여행자는 모두 5부로 구성됐다.

1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반도를 바라보며’는 금기의 땅 북한에 퍼지는 엔진소리를 담았다. 사전답사를 하다 DMZ를 떠올린 것과 4만 달러짜리 화물열차를 탔던 기억, 극동의 지배자로 불리는 블라디보스토크의 고속도로를 달린 시간을 되돌아봤다.

2부 ‘모터사이클을 북한행 기차에 싣다’는 러시아를 뒤로 하고 두만강을 넘었던 기억과 핑크색의 삼지연 도로, 시계처럼 돌아가는 북한 농촌표정 등을 담아냈다.

3부(평양의 하루는 오차가 없다)에서는 오차 없이 움직이는 평양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백두산 산맥의 광대한 고원을 내달리며 느낀 뿌듯함과 카메라를 압수당한 사건, 평양 댄서들의 공연 관람기가 들어 있다.

4부(남과 북은 비무장지대를 사이에 두고 훈련한다)는 비무장지대(DMZ)에서 보낸 시간을 제 3자의 객관적 시점으로 그리고 있다. 지은이는 DMZ를 건너는 마지막 300미터를 우리 중 누구도 라이딩을 해본 적이 없는 가장 외로운 길이라고 적었다. 세관 및 입국 심사를 받기 위해 길을 따라 내려가면서 뒤에서 손을 흔드는 북한의 동료들을 보며 눈물이 솟구치는 모습이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마지막 5부(서울의 방송국은 여행자를 따라 다닌다)는 서울에 도착한 뒤 대한민국을 돌아 본 체험기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도전은 이어졌다. 마지막 날 해발 1,950미터의 한라산 등정에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개러스는 한라산 정상에서 여행 처음부터 계획했던 의식을 수행했다. 그는 백두산에서 가져온 돌과 한라산의 돌을 모아 일부를 분화구 호수를 향해 던진 뒤 나머지는 천으로 조심스럽게 감쌌다. 한반도 위기의 종말과 남북한 평화공존을 가져올 수 있는 사람들에게 각각의 돌 한 쌍씩을 선물하기 위해서였다.

마지막 에필로그에는 지구촌 유일의 분단국인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는 따뜻한 시선과 용기가 녹아 있다. 발칙한 여행자는 단순한 바이크 여행기를 뛰어 넘어 분단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달라진 게 없이 한해를 맞는 한국인들에게 더욱 발칙해질 것을 화두로 던지는 책이다.

신명수 기자  msseen11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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