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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제조 빈국(貧國)
신명수 본보 편집국장

작은 세력이 큰 세력을 이기면 흔히 이변이라고 말한다.

스포츠분야에서 쉽게 발견되는 일이지만 비즈니스 세계 또한 마찬가지다. 국내 2위의 KR모터스가 시장점유율 38%의 업계 1위인 대림자동차 이륜차사업 부문을 인수한다고 발표했을 때 시장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하나는 대림자동차의 몰락을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오랫동안 국내 1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발전의 모멘텀을 마련하지 못해 스스로 주저앉고 말았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미국의 경제학자 슘페터가 강조한 ‘혁신(innovation)’이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대림자동차는 생산(produce)이 아닌, 조립(assemble)의 수준에 너무 오랫동안 안주했다. 탄탄한 유통망을 수 십 년 유지했지만 그게 오히려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했다. 4륜차 부문에서의 흑자행진이 상대적으로 이륜차부문을 소홀히 하는 악재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리고 대림자동차가 업계 2위인 KR모터스에 넘어간다는 세간의 설이 현실로 다가왔을 때, 사람들은 KR모터스에게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를 줬다. 고배기량의 엔진을 생산하는 축적된 기술력과 라오스 등 동남아 시장을 파고드는 CEO의 경영능력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높아졌다. 이러한 희망적 기대는 한때 KR의 주가에 반영되면서 자본시장에서 비교우위에 있다는 전망을 낳기도 했다.

KR모터스가 대림자동차와 인수계약을 맺은 지 4개월 여 만에 인수를 포기했다. 최근 몇 개월을 돌아보면 신주인수권부채권(BW)을 발행하면서 시장에서의 돌파구를 모색했으나 결국 실패하면서 분위기가 꺾였다는 느낌이다. 이제 대림자동차는 이륜차사업에 대한 매각의사를 철회하고 흑자경영을 통해 시장의 지배력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고 KR은 뚜렷한 복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작금의 상황을 바라보면서 아쉬운 점은 결국 국내 이륜차업계의 생산능력 부재다. 이런 기업환경에서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경쟁력 있는 제품생산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세계 5위의 자동차 강국인 한국이 오토바이 생산의 후진국으로 전락한 배경과 이유를 의심한다고 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를 생산하는 선진국에 대한 자연스러운 의구심일 것이다. 그 원인으로는 40년이 넘도록 바뀌지 않는 법규 및 제도의 후진성과 이륜차에 대한 막연한 부정적 인식, 잘못된 관행을 깨지 못하는 수동성과 편협성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이제 국내 이륜차시장의 판도는 소용돌이 이후 안정을 되찾아 가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선진 기술력을 갖춘 뚜렷한 경쟁자가 없는 가운데 대림자동차와 KR모터스의 유통시장 쟁탈전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오토바이 제조 빈국의 미래는 더욱 암울하기만 하다.

신명수 편집국장  msseen11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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