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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고속도로 진입금지’ 이제 풀 때다
  • 하종대 동아일보 논설위원
  • 승인 2017.11.15 20:52
  • 댓글 1
하종대 동아일보 논설위원

한국과 미국이 2011년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을 6년 만에 다시 개정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이를 어떻게 개정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이 중에서도 200여만 명에 이르는 오토바이 소유자들이 가장 관심을 두는 대목은 이번 FTA 협정 개정으로 과연 오토바이가 고속도로에 진입할 수 있는 지다. 미국이 그동안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줄기차게 한국의 오토바이 고속도로 진입금지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미국이 FTA에서 제기할 가능성이 높은 사안들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작성한 ‘2014년 무역장벽보고서’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당시 보고서에 따르면 오토바이 고속도로 진입금지 규제 철폐를 비롯해 중소기업 적합업종, 미국산 쇠고기, 쌀, 정부 조달, 산업보조금 정책, 스크린 쿼터와 방송 쿼터 등 전방위로 한국의 국내 법률, 제도까지 개정을 촉구했다. 오토바이 고속도로 진입금지는 이번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도 핵심 쟁점 중 하나다.

오토바이가 한국의 고속도로에서 주행하는 것이 처음부터 금지된 것은 아니었다. 경인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가 처음 개통됐을 때 오토바이는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고속도로에서 똑같이 주행이 가능했다. 그러다가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된 지 2년이 지난 1972년 5월 23일 현재 경찰청에 해당하는 내무부 치안국은 고속도로에서 오토바이의 사고율이 자동차보다 많다는 이유로 6월 1일부터 통행 금지령을 내렸다. 당시 외제 오토바이가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는 것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고, 대통령의 경호에 오토바이가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얘기도 있다.

이후 오토바이는 한국의 고속도로에서 아예 사라졌다. 이어 1991년엔 도로교통법이 개정돼 오토바이는 88올림픽 도로 등 자동차 전용도로에도 들어갈 수 없게 됐다. 현행 도로교통법 제63조는 ‘자동차 외의 차마의 운전자 또는 보행자는 고속도로 등을 통행하거나 횡단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154조엔 ‘이를 위반하면 3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사실 오토바이의 성능이 향상되고 오토바이 사용자들의 준법의식이 높아져 이제는 교통사고율 역시 자동차보다 낮다. 한국의 오토바이 보유대수는 자동차의 9.3%지만 사고비율은 7.5%로 보유비율보다 낮다. 더 이상 높은 사고율로 진입금지를 정당화할 근거가 없어진 셈이다.

더욱 큰 문제는 한국의 오토바이 고속도로 진입 금지 규정이 국제사회의 관례나 법, 제도와 현격히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35개 선진국 가운데 오토바이의 고속도로 통행을 전면 금지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은 배기량 125cc 초과 오토바이에 한해 2인까지 승차를 허용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오토바이의 고속도로 진입을 허용할 뿐만 아니라 2015년 8월엔 80km 이후 속도에 한해 고속도로에서의 ‘틈새 주행(Lane Splitting)’까지 허용했다.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헌법재판소에 오토바이의 고속도로 진입 금지가 과잉금지 원칙과 평등권을 침해했다고 보고 헌법 소원을 제기했으나 2007년부터 2015년까지 4차례에 걸쳐 모두 기각됐다. 하지만 이륜차에 대한 일반 국민의 우려와 경계가 해소되는 시점에서 일정 배기량 이상의 이륜차부터 단계적으로 진입을 허용하는 게 좋겠다는 보충 의견도 함께 나왔다.

이제는 오토바이의 교통사고율이 현격히 낮아지고 오토바이 운전자의 준법의식도 높아진 만큼 정부가 외국의 통상압력 때문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오토바이의 고속도로 진입을 허용할 때가 됐다.

하종대 동아일보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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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사겸 2017-11-24 19:49:06

    참으로 미개한 이륜차 관련 법률 입법자들과 그 관계자들의 전 근대적 사고방식으로 스스로 풀어야할 고속도로 및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오토바이의 운행 금지가 타국의 통상 압력에 의해 풀어질 상황이라니 허탈하고 부끄럽기 그지 없습니다.
    가끔 그들이 뭔가 한 쪽으로 모자란(사고가 상당한 편향된) 사람들이 아닌가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지금이라도 타국에 의해 쪽팔리게 강요받아서 고속도로 및 자동차 전용도로에서의 이륜차 통행 허용을 하지 말고 주체적으로 시대의 흐름에 따라 허용하길 진심으로 바래 봅니다.
    OECD 국가라는 것이 쪽팔리지 않도록!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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