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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횡단은 내면의 원점으로 돌아오는 과정”바이크 인문학 책 <모터사이클로 유라시아>

 사진 한 장과의 우연한 만남이 바이크 여정으로 이끌어
 타이어 두 번 바꾸며 37개 도시 2만 6천 킬로미터 달려
‘Dust, Rust, Ash’ 블로그 만들어 여행 중 틈틈이 기록
 남은 것은 ‘사람’과 '동행'의 가치…자유는 에피소드일 뿐

2012년 가을, 노르웨이 국립 관광도로 전시회를 찾은 한 젊은이는 사진 한 장과 우연히 마주쳤다. 18개 코스의 전망대를 건축모형으로 만들어 사진과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는데, 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무척 근사해보였다. 그는 ‘이 길 위에서 모터사이클을 타고 바람을 맞으며 여행하면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상상을 한다. 저자는 굳이 모터사이클을 이용해 여행을 생각하게 된 이유를 로버트 M. 피어시그의 소설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가치에 대한 탐구’의 일부분을 발췌해 밝히고 있다.

“차를 타고 가면 항상 어딘가 갇혀 있는 꼴이 되며, 이에 익숙해지다 보면 차창을 통해서 보는 모든 사물이 그저 텔레비전의 화면을 통해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을 깨닫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일종의 수동적인 관찰자가 되어, 모든 것이 화면단위로 지루하게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게 될 뿐이다. 모터사이클을 타고 가다 보면 그 화면의 틀이 사라지고, 모든 사물과 있는 그대로 완벽한 접촉이 이루어진다. 경치를 바라보는 수동적인 상태에 더 이상  머물지 않고 완전히 경치 속에 함몰될 수 있는 것이다.(...)말하자면, 모든 사물과 모든 체험은 즉각적인 의식과 결코 격리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존재한다”  

그리고 2015년 6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해 스페인 바르셀로나까지 6개월 동안 모터사이클로 여행을 다녀왔다. ‘모터사이클로 유라시아’는 저자인 당시의 젊은이가 3년 전 상상한 것을 과감하게 실천에 옮긴 여정의 기록이다. 그는 이 책에서 러시아를 횡단하여 유럽의 도시들로 이동하는 동선에 대해 낱낱이 적고 있다. 여정에는 ‘일과 삶의 균형, 이동, 그리고 독립’이라는 화두에 대해 지은이가 고민한 흔적이 깊게 배어있다. 책의 표지를 보니 ‘dust(먼지), rust(녹), ash(재)’ 라는 단어가 선명하다. 저자가 바이칼 호수에서 캠핑을 마치고 노보시비르스크에서 휴식하며 “일단은 다시 떠나야한다”고 결심한 뒤 만든 블로그 이름이다. 그는 여행 중에 블로깅을 하는 것이 좋은 선택일까 고민하다가 틈틈이 정리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결론지었다. 이 책이 나온 과정이기도 하다. 모터사이클로 유라시아는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듣고 쉼 없이 떠다니는 저자의 내면을 잘 소개하고 있다. ‘가보지 못한 길을 가겠다는 선언은 근사하다(동해-블라디보스토크)’, ‘일단은 다시 떠나야한다(크라스노야르스크-노보시비르스크)’, ‘모든 것은 제 자리에(예카테린부르크-말코보-예카테린부르크)’, ‘나는 시민인가’, ‘마음, 어떻게 움직이는가(바르샤바-포즈난-베를린-바트키싱엔)’ ‘부드러움이 강함보다 위에 있다’, 너에게도 영혼이 있다면(팜플로나-바르셀로나)‘ 등 37곳의 유라시아 도시를 돌면서 새롭게 발견한 가치와 느낌을 소제목으로 엮었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자신의 여정이 유라시아 횡단이라는 거창한 단어보다는 내면 깊숙한 곳을 돌고 돌아 결국 원점으로 오는 길이라고 회고했다. ‘무엇인가를 증명하기 위해 그 길을 걷지 않는다’는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체험한 77세 네델란드 신부가 모터사이클 앞뒤 타이어를 두 번씩 갈면서 2만 6천 킬로미터를 달려온 지은이에게 또 다른 화두를 던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바람과 비와 이슬이 가져다주는 동행의 가치를 새롭게 깨달았다. 그리고 여정에서 만난 가장 소중한 사람들. 그들은 그에게 에피소드가 아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고마움의 존재로 가슴속에 살아 있었다.

신명수 기자  msseen11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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