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문화 영화
욕심이 우리의 몰락이다바이크 인문학 영화 <열대병>

“지금 여기서 나 자신을 보고 있다. 나의 어머니, 나의 아버지, 공포, 슬픔. 모두 너무 현실적이어서 그런 것들이 나에게 삶을 생각게 했다. 우리는 동물도 인간도 아니다”

영화는 두 부분으로 나뉜다. 앞부분은 통과 켕이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되는 과정이 그려진다. 켕은 현역군인이다. 켕의 부대는 산에서 남자의 시체를 한 구 발견한다. 부대는 산 밑에 있는 통의 집에서 시체와 하루를 함께 묵게 된다. 둘이 원래 아는 사이였는지 아니면 이때 처음 알게 된 건지는 정확치 않다. 중요한 건 둘이 조금씩 서로에게 끌리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 전반부는 대부분 둘의 데이트 장면으로 채워진다. 오토바이는 둘의 사랑을 진전시키는 매개물로 등장한다. 둘은 오토바이를 타고 먼지를 일으키며 들판을 달린다. 둘이 가는 곳은 어느 할머니의 집이다. 이 할머니는 산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둘을 산 속 깊은 사원으로 데려다 준 인물이다. 할머니는 둘에게 동자승이 등장하는 일화를 소개한다.

“옛날에 두 남자가 길을 가는데 동자승이 나타나 부자가 되게 해준다는 거야. 둘은 너무 기뻐서 동자승이 시키는 대로 하지. 동자승은 연못에 있는 돌을 가방에 넣으라 했고 얼마 후 가방 속 돌은 금과 은으로 변해있었어. 그만 멈췄어야 하는데 그때 인간의 ‘욕심’이 작동해버리지. 그 금과 은을 땅에 놓고 또 다시 돌을 싣기 위해 연못으로 갔는데 이번 건 물론 기존의 금과 은 모두 개구리로 변해버렸어. 욕심이 우리의 몰락이었던 거지.”

영화에서 할머니는 군인을 좋아한다고 밝힌다. 그러면서 자기 집으로 데려간 두 청년에게 할머니는 공짜로 음식을 내놓는다.

같이 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둘은 서로에게 더욱 강하게 끌리게 된다. 이 둘의 동성연애는 가족들 몰래 아슬아슬하게 펼쳐진다. 이렇듯 영화 전반부는 평온하게 전개된다. 극적인 사건 없이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배우들의 연기에는 과장이 없다. 통은 그저 잘 웃는 청년이다. 누군가와 눈만 마주치면 배시시 웃는다.

여기서 우리는 영화의 첫 대목에 등장하는 문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런 대목이다.

“인간은 본래 야생적 동물이다. 인간으로서의 우리의 의무는 그 동물성을 억제하고 야수적이지 못하게 조련하는 조련사처럼 되는 것이다.”

이 대목이 나온 이유를 영화 후반부를 보면서 알게 됐다.

후반부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일체 웃음이 없다. 정글이 주 무대다. 켕은 무전기와 총만을 든 채 정글 안으로 호랑이를 잡기 위해 들어간다. 이즈음 동네에는 호랑이가 사람들을 잡아간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통도 호랑이에게 희생된 상태였다. 켕은 두려움을 안고 밀림으로 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켕은 벌거벗은 채 밀림 안을 떠돌아다니는 통을 발견한다. 통은 예전의 통이 아니었다. 호랑이에게 ‘영혼’을 뺏긴 것이다. 눈에는 살기가 어렸다. 둘은 뒹구르며 육박전을 치른다. 통의 승리였다. 켕은 무전기가 박살나고 가방은 탈탈 털린 채 바위 아래로 굴려 버려진다.

“옛날에 여러 동물로 변신할 수 있는 신통력의 크메르인 무당이 있었다. 그는 정글을 돌아다니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요술을 부렸다. 사냥꾼이 호랑이에 총을 쏘아 호랑이 영혼에 무당을 가두었다. 그 호랑이 시체는 칸차나부리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켕은 부상한 몸을 이끌고 호랑이를 다시 찾아 나선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너무도 강렬하다. 켕과 호랑이가 마주하는 장면. 이어지는 대사들.

“지금 여기서 나 자신을 보고 있다. 나의 어머니, 나의 아버지, 공포, 슬픔. 모두 너무 현실적이어서 그런 것들이 나에게 삶을 생각게 했다. 이전에 너의 영혼을 빼앗았었지. 우리는 동물도 인간도 아니다. 호흡을 멈춰, 보고 싶었어, 군인. 유령... 너에게 준다, 내 영혼, 내 육체, 그리고 내 기억을. 내 피 모두를. 우리 노래를 불러, 행복의 노래. 거기... 들려?”

박동진 기자  nomvag@daum.net

<저작권자 © 이륜차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동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