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문화 책소개
포장된 길로는 들끓는 피를 잠재울 수 없어바이크 인문학 세계폭주

日 작가 마루야마 겐지의 젊은 날의 바이크 질주 체험기
오스트레일리아에서 美 서부 록키산맥까지 횡단에 나서
50CC 오토바이에 책 몇 백 권 이상의 교훈이 담겨 있어
바람과 자유의 상징인 바이크는 남자가 혼자 타야 제격
자신의 의지대로 사는 삶이야 말로 자유로 가는 지름길

세계폭주는 30세에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한 일본 작가 마루야마 겐지의 바이크 체험기다. 1943년생인 마루야마 겐지는 1964년부터 도쿄의 한 무역회사에 근무하면서 집필한 ‘여름의 흐름’으로 1966년 문학계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후 소설 ‘달에 울다’와 ‘물의 가족’등을 내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았고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나는 길들지 않는다’ 등의 산문집도 출간했다.

저자는 동네서점을 가기 위한 도구로 오토바이를 최초로 구입했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 돌아오는 길의 언덕이 힘겨워 그 후에 책을 읽을 수 없었고 버스를 이용하기엔 시간이 아까웠던 그는 뒤늦게  ‘슈퍼컵’을 사들이기로 맘먹었다. 자동원심클러치로 작동되는, 흔히 음식점 배달원이나 농가의 주부들이 논밭의 물을 보러 다닐 때 타는 타입이다. 기껏해야 시속 30~40킬로미터의 바이크를 그는 헬맷 등 제대로 꼴을 갖추지 않은 채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무작정 내달렸다.

저자는 오토바이를 타면서 바람과 자유를 느꼈다. 자신의 바이크로 행동반경을 넓히면서 정신을 얽매고 있던 자질구레한 것들이 확실하게 사라져 갔다. 30년 동안 추구했던 것이 바로 이거였나 싶었다. 책을 몇 백 권 읽어도 터득하지 못한 진리가 50CC 소형 오토바이에 담겨 있음을 깨달았다. 자신도 고작 오토바이 하나에 그런 매력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저자는 오토바이는 남자가 혼자서 타야 감동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어른의 이동수단인 오토바이가 어린애들의 장난감으로 추락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오토바이의 스로트를 열고 닫는 것도, 브레이크를 밟는 것도 자기 자신임을 알면서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몸속에 쌓여온 안이한 정신을 스스로 두들겨 깨웠다. 세계폭주는 마루야마겐지가 자신의 바이크로 오스트레일리아와 케냐 사파리랠리, 노르웨이, 미국 서부 등을 여행하면서 체험한 것을 저자의 독특한 시각으로 그려낸 순례기다.

그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막을 횡단하면서 거대도시 도쿄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생생한 현실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포장된 넒은 길을 수많은 사람들이 아우성치며 걸어 본들 무슨 재미가 있을까. 길은 도처에 있다. 아니, 도처가 길이다” 랠리 중에서 가장 거칠고 가혹한 것으로 알려진 케냐 사파리랠리는 5일 동안 치러졌다. 폭주용으로 개조된 차를 운전하는 드라이버와 내비게이터는 어떤 감동을 얻을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해 하던 저자는 사파리랠리에서 해답을 발견한다. 어디를 어떤 식으로 달려도 신이 나고, 달려도 달려도 끝이 없는 길. 그것이 케냐만의 매력이었다. 다음 코스는 백야의 노르웨이.

저자는 덴마크 및 스웨덴과 달리 노르웨이를 ‘육체보다 정신에 강한 영향을 미치는 나라’라고 말했다. 부옇게 빛나는 미드나잇 선과 그 정적에 잠겼을 때 그는 욕망에 시달리지 않는 자신을 바라보며 최종적으로 추구하는 세계가 이런 것임을 깨달았다. 그는 “발버둥 치며 산 결과, 죽음 직전에는 노르웨이에서의 그 심경에 도착하지 않을까. 그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적고 있다.

세계폭주의 마지막은 미국 서부였다. 마루야마 겐지는 말 대신 오토바이를 타고, 리볼버와 라이플 대신 카메라를 들고 한 겨울 미국 서부의 로키 산맥을 넘는다. 여기에서 그는 허허벌판으로 이주한 개척자들의 지친, 그러나 충실하고 팽팽한 숨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저자는 “미국 서부를 횡단하며 사내로서의 자부심을 잃지 않고 강한 생명력으로 살아가는 당당한 남자들이 주변에 아직도 많이 있다. 그들의 존재 자체가 미국 로망의 근원”이라고 말한다.

마루야마 겐지는 책의 마지막 장에서 바다를 향한 동경을 이야기 한다. 그에게 있어서 바다는 공포와 함께 다가오는 동경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는 “바다, 묘한 바람 냄새, 수평선, 쉴 새 없이 밀려오는 파도, 이건 보통일이 아니다”라며 자신의 소설의 무대도 진실한 바다와 거짓 바다의 두 가지로 나누어져 있음을 강조한다. 세계폭주는 결국 마루야먀 겐지가 동경의 대상인 바다를 그릴 때 넘치는 생기와 정열을 바이크 여행으로 그려낸 혹독한 삶의 흔적이다. 포장된 길로는 들끓는 피를 잠재울 수 없다는 오늘의 마루야마 겐지를 만든 젊은 날의 질주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교훈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신명수 기자  msseen1103@naver.com

<저작권자 © 이륜차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명수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